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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17] 비오는 메세타 평원을 지나 까스트로헤리스로 가다!

by 완자야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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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까스트로헤리스

 
 
 
 
2023년 10월 29일(일)
까스트로헤리스(Castrojeriz)는 인구수 약 800여 명 남짓한 부르고스 지방의 작은 마을이라고 합니다.  오늘날까지도 중세와 흡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서 신비롭고 성스러운 느낌의 마을이라고 하네요.  특히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메세타 황무지 까미노의 전형을 볼 수 구간이라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고독함과 싸우며 가야 하는 길이라고 합니다.  저희들에게는 비바람을 뚫고 갔던 길이라 더 힘들었던 구간이기도 했습니다.
 
 
 
 

더보기

이동구간: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Hornillos del Camino) - 까스트로헤리스(Castrojeriz)
이동거리: 약 19.5km
출발시간: 09시 00분
도착시간: 14시 30분
도착숙소: Albergue La Rinconada (사립)

 
 
 
 
전날 숙소 주인장분께 물어보니 체크아웃은 천천히 해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서,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여유를 부리다가 출발했습니다.  천천히 일어나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고, 숙소 1층 식당에 준비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아침식사는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숙박료에 포함된 아침식사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식당 테이블에는 빵과 버터 등 여러가지 잼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냉장고에는 치즈와 하몽, 그리고 우유와 오렌지 주스가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싱크대 위에는 커피를 내려마실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고요.
 
빵을 살짝 구워서 치즈와 하몽을 얹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식당 테이블에서 앉아 먹고 있으니 순례길에서 종종 마주쳤던 한국에서 오신 요셉 아저씨가 내려오셨습니다.  몰랐는데 어제 저희방 건너편 방에 묵으셨는데 저녁 7~8시부터 잠들기 시작하셔서 아침까지 주무셨다고 하네요.
 
아침식사를 먼저 마치고 요셉 아저씨께 인사를 건넨 후 저희는 배낭을 꾸려 출발을 했습니다.  아침 9시네요.  어제 공립 알베르게에서 묵었던 우리 패밀리들은 먼저 출발을 했을 겁니다.
 
 

 
 
 
출발한 지 약 1시간가량 지나니 순례길 오른편에 돌들이 쌓여있고 그 중앙에 십자가 상이 하나 세워져 있습니다.  출발할 때부터 흐리던 하늘에는 더 많은 비구름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리고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른 비옷을 꺼내어 입었습니다.  생각보다 비가 많이 왔습니다.  얼마 안 가서 신발안으로 축축한 느낌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순례길을 걷는 날 수가 더해갈수록 그날그날 찍는 사진의 수는 줄어든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낮 12시쯤 되어 온타나스(Hontanas) 마을에 도착하였는데, 이곳은 오르니요스와 까스트로헤리스 구간에서 쉬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입니다.  중간에 다른 마을들이 있긴 하지만 순례자를 위한 시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비도 피하고 식사도 할 겸 문이 열린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카페인줄 알고 갔는데 구글맵으로 확인해 보니 알베르게도 같이 운영하는 Mesón Albergue El Puntido라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전체 순례길에서 먹었던 또르띠야 중에서 가장 크고 맛있는 또르띠야를 먹었습니다.  특히 비바람을 뚫고 와서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 Mesón Albergue El Puntido 카페 위치: https://maps.app.goo.gl/oNjg3mPxU9uVwE1S8
또르띠야는 기가 막혔지만, 아내가 주문한 토스트는 그저 그랬습니다.  이곳을 들르신다면 또르띠야와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드시기를 추천합니다.


 
 
이 곳 내부에는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문구들이 적힌 액자들과 그림들이 걸려 있어서 몸의 휴식과 정신적 휴식을 같이 가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행복은 목적지(Destination)가 아니라 삶의 여정(way of life)이다.
살라, 꿈꾸라, 일하라, 상상하라, 웃으라, 사랑하라.

 
 
 

 
 
 
아늑한 테이블에 앉아 또르띠야를 먹고 있으니 빗물을 뚝뚝 흘리는 비옷을 걸친 채 아침에 보았던 요셉 아저씨도 들어오셨습니다.  저희 옆 자리에 자리를 잡으시고, 저희는 이제 다시 채비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오전보다 더 많은 비가 오는 듯합니다.  오늘 이동 구간의 거리가 짧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온타나스를 지나 열심히 걸어서 산 안톤 수도원 유적(Ruinas del Monasterio de San Antón)이 있는 곳에 도착을 했습니다.
 

 

 
*산 안톤 수도원 유적(Ruinas del Monasterio de San Antón) 위치: https://maps.app.goo.gl/gnVpsLschVLYMtKVA


 
 
중세 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듯한 모습의 이 유적지는 순례자의 상징인 가리비 형상 목걸이를 한 강아지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뭔가 귀여우면서도 조금 웃기기도 한 모습에 잠시 웃다가 다시 길을 갑니다.
 

 
 
 
 
 
이 수도원에서 약 30여분 정도만 더 걸어가니 오늘의 목적지 까스트로헤리스에 도착했습니다.  하루종일 비바람을 뚫고 왔더니 숙소에 도착했을 때 저희는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홀딱 젖어 있었습니다.
 

 
*사립 알베르게 La Rinconada 위치: https://maps.app.goo.gl/u5DtsXiVEZZWZrZQ8
 
저희는 마을 초입에 있는 La Rinconada라는 사립 숙소에 묵었습니다.  숙소는 최근에 지어진 것 같아 보였고 침실과 침구 그리고 화장실과 거실은 아주 깨끗하고 청결하였습니다.  거기에 새하얀 내부 인테리어는 더 청결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저희는 1층에 있는 2인실에 묵었는데 따뜻한 물도 잘 나왔고 라디에이터를 이용해 젖은 옷가지들도 말릴 수 있었습니다.  주인장 여성분께 신발을 말릴 수 있게 신문지를 요청드렸더니 한 움큼 가져다주셨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거실에는 이제 막 세탁과 건조를 끝낸 것처럼 보이는 새하얀 침구의 시트들이 가지런히 널려있거나 개어져 있었고 그 옆에서는 주인장 아주머니께서 하나씩 다림질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 분이 굉장히 청결하게 숙소를 관리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숙소 내부 관리상태는 매우 청결했습니다. 
 

 
비도 왔고 또 일요일이라 어디 가기도 힘들 것 같아서 저녁식사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를 먹기로 했고, 다음날 아침도 같이 신청을 했습니다.
 
저녁식사는 애피타이저로 간단한 샐러드가 나왔고, 이윽고 메인 요리로 닭다리 구이와 리조또가 나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을 주셨습니다.  솔직히 식사는 그렇게 맛있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이 집 주인장 아주머니께서는 집을 청결하게 잘 가꾸는 데는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갖고 계셨으나, 요리에는 그렇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아침은 정말 간단한 아침 식사가 나왔는데, 가격이 4유로 밖에 안 하긴 하지만 굳이 신청해서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날 숙소에 묵은 사람은 저희 포함해서 모두 7명이었습니다.  그중에 4명은 한국분이었고, 3명은 외국분이셨습니다.
 
한국분 중 한 분은 50대 정도 나이의 남자분이셨는데 전기를 꽂아서 신발 속에 넣어놓고 신발을 말리는 '신발 건조기'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처음 보는 신발 건조기는 배낭에 넣고 다니면 조금 무겁긴 할 것 같지만, 정말 신박해 보이고 탐나는 아이템이었습니다.
 
또 다른 한국분은 30대 정도 나이의 여자분이셨는데, 이 분은 며칠 전 어느 동네에 도착했는데 모든 알베르게가 다 full이라 묵을 곳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현지 로컬 가정집과 연결되어 그곳 가족들의 환대 속에서 하루 묵었었다고 합니다.  정말 돈 주고 살 수 없는 대단한 경험을 하신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은 프랑스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순례길을 온 긴 속눈썹을 가져 남자인데 이쁜 얼굴의 청년 엔조와 콜롬비아 태생의 캐나다 여성 그리고 독일에서 온 금발의 여성 이렇게 총 3명이었습니다.  이들은 이후에도 길에서 몇 번 마주치고 만나고 인사하며 걷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순례길은 비교적 장기간 이루어지는 여행이기에 일반 여행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을 허락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로 인한 포만감인지, 식사 중 한잔 마신 와인의 기운 탓인지, 하루 종일 추위에 떨었던 탓인지 눈이 감겨옵니다.  내일은 프로미스타로 갑니다.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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