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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12]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파라도르(Parador)’에 묵다!

by 완자야 202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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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2023년 10월 23일(월)
오늘의 목적지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는 저희들에게 굉장히 기억에 남는 곳 중의 한 군데였습니다.  바로 스페인에서 유명한 숙소로 분류되는 '파라도르(Parador)'라는 곳에서 묵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묵었던 숙소는 12세기에 순례자들을 위해 지어진 오래된 병원을 고급 호텔로 개조해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곳에서 잠을 자 보는 이색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저녁식사도 아주 근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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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간: 나헤라(Nájera)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

이동거리: 약 20.9km

출발시간: 08시 15분

도착시간: 15시 15분

도착숙소: Parador de Santo Domingo de la Calzada (파라도르 호텔)

 
 
어제 밤 늦게까지 패밀리들과 이야기 꽃을 피워서 그런지 일찍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생장에서 출발한 지 열흘 정도 지났는데 날씨가 정말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생장으로 가는 날까지만 해도 반팔 티셔츠를 입었는데, 지금은 추워서 긴팔 티셔츠에 긴팔 바람막이나 긴팔 플리스(fleece, 일명 후리스)를 꼭 입어야 하는 날씨입니다.  느긋이 일어나 따뜻한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을 하기로 합니다.  아침식사는 바로 현지 슈퍼마켓에서 구매한 컵라면라이스푸딩(Arroz con leche)입니다.


*스페인 현지의 컵라면: 순례길을 걸으며 유럽은 유럽이구나라고 느꼈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이 컵라면이었습니다.  유럽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컵라면을 잘 안 먹는 것 같아요.  인스턴트 음식 자체를 지양하는 사회적인 문화나 분위기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오래 거주하신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독일사람들도 인스턴트는 잘 안 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슈퍼마켓에 가보면 컵라면 종류가 별로 없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안 사 먹어서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Yatekomo라는 브랜드가 거의 유일했던게 아닌가 합니다.  그것만 사 먹어 봤거든요.  종류도 별로 없는데, 맛도 없었습니다.  제 입맛이 한국의 최상급 라면 맛에 길들여져서 그런가 봐요.
 
그.래.서. 저희는, 컵라면의 원래 스프를 넣지 않고, 아내가 싸 온 라면스틱(스프)을 넣어서 컵라면을 만들어 먹고 데운 햇반을 말아먹었습니다.  따뜻한 한국 라면 국물의 맛이 아침 순례길의 쌀쌀함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됩니다.


*라이스푸딩(Arroz con leche) : 쌀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만든 서양식 푸딩인데 현지 슈퍼에 판매를 합니다.  간식으로 먹을 만 합니다.


 
 
나헤라를 빠져나온 길에 있는 나바라 광장(Plaza Navarra)에는 나바라 왕 형상의 포토존(Escenario para fotos Reyes de Navarra)이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포즈를 잡고 그 당시의 왕과 왕비가 된 것 마냥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는 나헤라를 빠져나갑니다.
(*나바라 왕과 왕비 형상의 포토존 위치: https://maps.app.goo.gl/evKuP3s64KsjZXFe6?g_st=ic)

 
 
 
저희들의 목적지인 산티아고까지 581km 남아있다는 표시를 보면서 '와, 벌써 200km 정도 왔구나' 하는 마음과 '아직 이 만큼이나 남았어?' 하는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길가의 풀 위에는 이슬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얼마 안가서 넓은 포도밭이 나옵니다.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곳도 있고 수확이 끝난 것 같은 곳도 있습니다.  스페인의 포도 농법은 잘 모릅니다만,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포도 농장을 지나갑니다.

 
 
 
1~2시간가량 걸어서 아소프라(Azofra)라는 마을에 도착합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해서 아직 배가 고프진 않아서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만 한잔 마시기로 합니다.
 
아소프라 마을을 빠져나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 저와 아내의 다리에 몸을 비벼댑니다.  고양이와 잠깐 시간을 보내다 다시 출발합니다.  고양이는 순례길을 걸으며 지나는 마을들에서 자주자주 만났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농촌에는 물론 도시에서도 정원이 있는 집에서는 고양이를 많이들 키운다고 합니다.  이유는 고양이가 있으면 쥐가 못 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원에는 집집마다 저마다 심고 키우며 가꾸는 것들이 있는데 쥐들이 정원을 자주 훼손시킨다고 하네요.

 
 
 
아소프라 마을을 빠져나오면 또다시 넓은 포도 농장이 시작됩니다.  아내의 발에 물집이 크게 잡혀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경사가 거의 없는 길들이라서 그나마 수월하게 걸어갑니다.  걸으면서 토양의 색깔이 많이 붉다고 느꼈었는데 실제로 라 리오하 지방의 토양이 붉은 편이 맞다고 하네요.  스페인의 태양을 닮은 이 붉은 황토에는 충적토와 석회암이 많아서 잡초를 억제하는 동시에 포도나무의 성장을 촉진해 준다고 합니다.  라 리오하 지방이 포도주로 유명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었나 봅니다.  울긋불긋한 토양과 푸른 하늘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룹니다.  아내에게 멋진 사진을 하나 선물합니다.

 
 
 
점심을 먹지 않아서 조금 출출해졌지만, 저희 가방에는 항상 여분의 간식이 준비되어 있어서 걱정이 없습니다.  수통에 든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사과 하나를 반으로 쪼개어 아내와 같이 나눠 먹으며 걸어갑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순례자를 위한 휴식공간이 나옵니다.  발을 말리며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는 잘생긴 금발 청년 순례자 옆에 있는 돌의자에 저희도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잠시 쉬어갑니다.  배가 더 출출해져서 최후의 간식인 치토스와 자두를 꺼내어 먹습니다.  치토스는 처음 보는 축구공 모양의 치토스로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좌우로 넓게 펼쳐진 포도밭과 푸른 하늘, 그리고 바람과 함께 부드럽게 움직이는 구름들을 보면서 치토스와 자두를 드셔보세요.  정말 맛있습니다..  여기서 먹으면 그 무엇인들 맛이 없을까 싶어요.

 
*순례자를 위한 휴식공간(ÁREA DE DESCANSO PARA PEREGRINOS) 위치 : 시리뉴엘라(Ciriñuela) 마을 도착하기 전에 있습니다(https://maps.app.goo.gl/BgTcNXcMK9PWujHx7?g_st=ic).


 
 
 
시리뉴엘라(Ciriñuela) 마을을 지나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에 도착했습니다.  아내의 아픈 발과 무릎에도 무사히 잘 도착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특히 오늘은 까미노에서 만난 엔젤이자 우리 패밀리의 든든한 맏언니인 '도나'양의 추천으로 12세기에 지어진 '파라도르'라는 곳으로 숙소를 잡았습니다. 약 천년 전에 지어진 오래된 병원을 고급 호텔로 리모델링한 곳이라고 하네요.  천년이나 된 오래된 건축물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상상을 하니 기대가 됩니다.  마을에 들어서자 길목 여기저기에 방향 표시가 보입니다.  저희가 예약한 숙소인 Parador de Santo Domingo 표시를 따라갑니다.


*파라도르(Parador) : 파라도르는 스페인 또는 스페인어권의 고급 호텔을 의미하는 말로, 주로 수도원이나 요새, 성, 병원 같은 역사적으로 오래되거나 중요한 건물들을 개조하여 지어진 곳들입니다.  물론 전부 다 오래된 건물들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현대적으로 지은 건물에 위치한 곳들도 있습니다.
 

파라도르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설명입니다.

 
현재 스페인 전역에 98개의 파라도르가 있다고 하며, 1928년 알폰소 13세가 스페인의 관광산업을 증진시키기 위해 설립한 국영기업 파라도레스 데 투리스모 데 에스파냐(Paradores de Turismo de España)에서 이들 호텔 전체를 운영 및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수익으로 자국의 오래되고 역사적인 가치를 가진 건물들을 유지/관리하고 있다고 하네요.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보존적 가치를 가진 유물들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페인의 이러한 방법이 지혜로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 호텔의 예약은 기본적으로 호텔 예약 대행 사이트에서 가능하지만, 파라도레스 데 투리스모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해 보고 진행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홈페이지에 가면 시즌이나 지역별로 여러 가지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어서 더 유리한 가격에 예약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예약을 진행했던 10월에는 파라도레스 홈페이지가 부킹닷컴과 같은 예약 대행 사이트와 금액이 동일하거나 오히려 1~2유로 정도 더 저렴했기 때문에, 저희도 파라도레스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을 진행했습니다.
 
이 글을 작성 중인 2024년 1월 19일 현재, 파라도레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라는 문구가 뜨네요.  20개의 파라도르가 1월 19일까지 예약하고 3월 22일 전까지 묵을 경우 20% 할인해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침 오늘까지네요.  또 가고 싶습니다.  스페인의 파라도르~ ^^
(파라도레스 홈페이지 주소: https://paradores.es/en)

 
참고로 파라도르는 식당이 잘 되어 있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전통적인 조리 방식과 각 지역별 특색을 살린 고급 요리가 제공된다고 하네요.  파라도르에 묵으신다면 파라도르의 식당에서 식사를 한번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도 파라도르 식당에서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드디어 저희가 묵을 숙소인 Parador de Santo Domingo de la Calzada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 숙소 건물이 처음엔 눈에 잘 안 띄어서 한 번에 바로 찾지 못하고 조금 두리번거렸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묵을 숙소는 12세기에 병원으로 지어졌던 건물이었고, 병원 건물이다 보니 외관이 화려하진 않았던 것입니다.  평범하게 생긴 사격형 건물인 데다가 바로 앞에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대성당Torre Exenta라는 높은 타워의 멋들어진 건물들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눈에 안 띄었던 것 같아요.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의 파라도르 입구 입니다. Parador de Turismo 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파라도르(Parador de Santo Domingo de la Calzada): 우리의 엔젤 '도나'양으로부터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에 가면 12세기에 지어진 천년의 세월을 품은 파라도르가 있다는 정보를 처음 입수하고 구글 지도를 통해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에는 2개의 파라도르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조금 헷갈렸는데 조사를 해보니 간략히 아래와 같았습니다.

 
- Parador de Santo Domingo de la Calzada: 12세기에 산토 도밍고가 프랑스길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위해 병원으로 지은 건물이라고 합니다.
 
- Parador de Santo Domingo Bernardo de Fresneda: 베르나르도 데 프레네다 주교의 이름이 붙여진 이 파라도르는 16세기에 지어진 성 프란시스코(San Fransico) 수도원 안에 있고, 위 산토 도밍고 파라도르에서는 약 4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위 내용을 확인 후 저희는 더 오래된 건물인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파라도르로 예약을 하였습니다.


 
 
 
저희가 묵은 파라도르는 평범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아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디자인되어 있었습니다.  건물 내부의 통로 전체가 마치 오래된 박물관에 온 것 같았고요, 객실 내부도 아주 넓고 고풍스러웠습니다.  마치 옛날 귀족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창 밖으로는 대성당 건물이 보였습니다.   

 




짐을 풀고 따뜻한 물에 온수샤워를 하며 몸을 녹이고 순례길을 걸으며 쌓인 피로를 씻어 냅니다.  체크인하면서 신청한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시간이 아주 많이 남은 관계로 밖으로 구경을 나갔습니다.


*저녁식사 시간: 파라도르의 저녁식사는 8시 30분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저희가 무시아(Muxia)에서도 파라도르에 묵었었는데, 거기도 저녁식사 시작시간이 8시 30분이었습니다.  스페인의 문화가 그런가 봐요.  저녁식사 시작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늦습니다.  보통 순례길의 알베르게에서의 저녁식사 시간은 이보다는 조금 빠른 저녁 7시 30분이지요.


 
 
다리도 발도 아프고 피곤하여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하고 파라도르와 성당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비가 올 듯이 구름이 몰려들며 어두컴컴해져서 구경은 그만하고 슈퍼마켓으로 갔습니다.

    
 
 
간식거리와 마실 것들을 샀습니다.  그리고 포크/나이프/숟가락 세트도 하나 구매했습니다.  '안티모' 동생이 가지고 있던 숟가락이 부러울 때가 종종 있었는데, 저희도 하나 샀습니다.

 
- nocilla 초코칩 쿠키: 스페인에는 초콜릿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초코칩 쿠키를 좋아하신다면 이 브랜드의 쿠키를 한번 드셔보세요.  쿠키 안에 초콜릿이 제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당충전이 필요할 때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 Lotus Biscoff 로투스 비스코프: 어릴 때 정말 좋아했던 과자 중 하나입니다.  오리지널도 있고, 안에 크림을 넣은 샌드 형태도 있습니다.  샌드 형태는 일반크림, 바닐라크림, 초코크림 3가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샌드형태의 비스코프는 엄청 달달합니다.  그렇지만 쌀쌀하고 추운 까미노길에서는 인기가 아주 좋은 과자입니다.  길에서 한 봉지 뜯어서 패밀리들과 나눠먹었는데 쿠키가 순식간에 사라진 경험이 있네요.
 
- 탄산수: 저희는 순례길을 걸을 때 마시는 물은 알베르게나 호텔의 수돗물을 그대로 마셨습니다.  종종 탄산음료가 먹고 싶을 때는, 슈퍼마켓에서 탄산수를 사 마셨어요.  탄산수는 스페인어로 '아구아 꼰 가스(agua con gas)'라고 한다고 합니다(슈퍼마켓 매장 직원분에게 배웠습니다).  아구아(Agua)는 물을 뜻하고, 꼰(con)은 '더하다'라는 의미의 전치사, 그리고 가스(gas)는 말 그대로 탄산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 오렌지 주스: 스페인의 순례길을 걸으며 만난 가장 대표적인 슈퍼마켓들은 DiaEroski라는 슈퍼마켓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 다른 슈퍼마켓들도 많지만 저희는 이 둘을 가장 많이 갔던 것 같아요.  이들 슈퍼마켓을 매번 가는 한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오렌지 착즙 주스 때문이었습니다.  슈퍼마켓 안에는 싱싱해 보이는 오렌지를 눈앞에서 즙으로 짜 오렌지 주스로 만들어 주는 신기한 기계가 있었어요.  이 착즙 주스가 있으면 항상 한 병씩 사서 마셨습니다.  종종 착즙 주스가 없거나 안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돈시몬(Don Simon)이라는 브랜드의 오렌지 주스를 사서 마셨습니다.
 
- 포크/나이프/숟가락 세트: 3세트가 한 팩으로 들어있던 건데 가격도 별로 안 비싸고 made in Italy에 BPA free라서 하나 샀습니다.  컵라면을 먹거나 햇반을 먹을 때, 특히 부르고스 지방에서 스페인식 순대 '모르찌야(Morcilla)'를 사 먹을 때 요긴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장보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갖습니다.  저녁식사를 다 마치고 나면 너무 피곤해질 것 같아서 배낭도 미리미리 다 정리를 해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는 푹신하고 포근한 침대 안에 들어가 저녁식사 시간을 기다립니다.  졸음이 솔솔 오지만 식사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방 나가려는데 생각해 보니, 맨발에 슬리퍼 차림입니다.  파라도르 식당은 고급식당이라고 들었는데 고민이 됩니다.  그렇다고 흙먼지가 가득한 트래킹화를 신고 가기도 애매합니다.  할 수 없이 그냥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가기로 합니다.  저희는 순례자들이고,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는 순례자를 위해 만들어진 마을라고 하니까요.

 
 
식당에 도착하니 점잖은 신사 종업원분께서 예약 확인을 하고 테이블 안내를 해줍니다.  혼자서 조용히 테이블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 노신사들로 보이는 분들이 몇 분 계시고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 몇 팀이 더 들어오긴 했습니다.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합니다.  메인으로는 실패 방지를 위한 소고기 스테이크 하나와 라 리오하 지방의 생선 요리를 하나 시킵니다.  Cod(대구)피퀴요 고추(piquillo peppers, 바스크 지방의 고추)로 소스를 한 요리입니다.  전식(애피타이저)으로는 빵과 올리브오일, 그리고 작은 수프가 나왔습니다.
 
근사한 곳에 오니 와인도 한잔 마셔보고 싶습니다.  특히 여기는 라 리오하 지방이니까요.  점잖은 신사 종업원분께 와인을 하나 추천받습니다.  라 리오하 지방에서 나는 와인 중 단연코 최고의 와인이라며 Glorioso라는 브랜드의 와인을 추천해 주십니다.  한 병은 저희에게 너무 많아서 글라스 주문을 요청하니, 작은 용량의 1/2 병 주문이 가능하다고 알려주셔서 작은 병으로 주문을 합니다.  정말 일반 와인병의 절반 정도 되는 작은 병의 와인이 나옵니다.
 
요리도, 와인도, 서비스도 너무나 훌륭하고 근사하였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디저트까지 정말 완벽한 식사였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저희가 식당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8시 30분 정도였고, 음식을 다 먹고 나니 9시 50분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이제 식사를 하기 위해서 식당으로 들어오는 팀들이 몇 팀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의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식사비용은 모두 합쳐서 약 100유로(EUR) 정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순례길을 출발하기 전에 여러 후기 영상과 글을 봤었는데, 많은 후기들이 '최소 비용'의 순례길을 이야기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것 같습니다.  훌륭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 비용'의 여행은 스스로에 대한 절제와 인내의 도전이므로, 할 수 있을 때, 젊을 때 도전해 봐야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들이 와 보니, 비용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 하기 힘든 경험을 할 기회가 있을 때는 비용을 조금 들여서라도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불필요한 낭비는 하지 말아야겠지만,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이 먼 나라까지 왔으니 기왕이면 온 김에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렇게 저희들의 순례길은 조금씩 순례여행이 되어갔습니다. ^^
 
참, 저희들의 패밀리들은 이날 이 곳에서 약 6.7km 더 가야 나오는 그라뇽(Grañón) 마을까지 갔습니다.  그라뇽 마을은 라 리오하 지방의 작은 자치 공동체 마을인데 마을이 이쁘고, 무엇보다 기부제로 운영되는 공립 알베르게에서의 좋은 경험담들이 많았다고 하여 우리 패밀리들의 젊은 동생들은 그라뇽 마을의 공립 알베르게로 갔습니다.  이곳 알베르게에서는 2층 침대가 아니라 성당 마룻바닥에 매트를 깔고 잠을 자며 커뮤니티 디너가 인상적인 곳이었다고 합니다.
 
 
식사를 마친 저희들은 숙소로 올라와 단잠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벨로라도로 갑니다.
 
그럼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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