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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32-1] 피스테라(Fisterra) & 묵시아(Muxia) 1박 2일 여행, 피스테라의 미슐랭 식당 테라(Terra), 묵시아 파라도르 Parador Costa da Morte (Muxía) 숙박기

by 완자야 2024.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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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오늘의 포스팅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 피스테라 → 묵시아 →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1박 2일의 여정에 대한 내용입니다.

 

 

아마도 순례길을 준비하시는 분들 중 거의 대부분의 분들이 순례길 완주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 고민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도착한 그 이후의 일정에 대해서 말이지요. 저희도 그랬었습니다.

 

저희들의 경험과 찾아본 정보를 종합해보면 보통은 3가지의 큰 루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포르투갈 포르투(Porto)로 넘어가서 포르투갈 여행 또는 순례여행을 더 하고 포르투갈에서 복귀하기

2. 스페인 마드리드(Madrid)로 넘어가서 여행을 하고 마드리드에서 복귀 또는 제 3국으로 이동/복귀하기

3. 프랑스 파리(Paris)로 넘어가서 여행을 하고 파리에서 복귀 또는 제 3국으로 이동/복귀하기

 

결정은 본인의 계획을 따라서 결정을 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위 세 가지 루트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시더라도 이른바 '땅 끝'으로 알려져 있는 피스테라(Fisterra)와 무시아(Muxía)는 꼭 방문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피스테라 도착하기 바로 전에 있는 CEE라는 지역도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분들이 찾는 곳입니다.

 

 

시간과 체력이 되신다면 걸어서 가 보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간다면 당일치기로 다녀와도 좋고, 1박을 하고 와도 좋습니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 오신 김에 피스테라와 무시아도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피스테라와 무시아 모두 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도착한 전 세계의 순례자들이 최종 목적지로 방문하는 곳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마도 서기 44년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산티아고(야고보)의 유해를 나룻배에 실어 보내자 그 시신이 피스테라 해안에 닿았다는 설화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특히 피스테라(Fisterra)라는 지역명은 '지구의 땅 끝'이라는 의미로 라틴어 Finis(끝)와 Terrae(땅)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스페인어로는 Finisterre로 표기되며, 중세시대부터 End of the world(세계의 끝) 또는 Land's end(땅끝)이라고 불렸던 곳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버스를 타고 피스테라를 방문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늦은 오후엔 무시아로 넘어가 무시아의 유명한 파라도르(Parador)에서 1박을 하고 왔습니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땅 끝에 서서 드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근사한 파라도르에서 묵었습니다. 오늘은 그 여정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 Muxía 의 발음: 한국분들은 '묵시아'라고도 많이 말합니다. Muxía 는 갈리시아어 발음으로는 '무시아'로 그리고 스페인어 발음으로는 '무히아'로 발음 된다고 합니다.

 

 

 

피스테라, 묵시아, 무시아

 

 

 

2023년 11월 16일(목)

기상 후 다시 배낭을 싸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오늘부터는 '순례자'가 아닌 '여행자'의 일정이 시작됩니다.

 

사실 저희들은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Carrion de los condes) 지역을 기점으로 저희들의 여정을 '순례길'이 아니라 '순례여행'이라고 정의 내리고 걸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저희들의 전체 여정을 '여행'으로 볼수도 있지만, 그래도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는 공식적으로 순례의 의미가 더 강했고, 이제 오늘부터는 여행의 의미가 더 강한 여정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19] 순례여행의 대전환점,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Carrión de los Condes)로 가다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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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로 가기전에 숙소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크로와상으로 아침식사를 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순례길을 걸으며 지긋지긋(?) 하도록 먹은 까페 꼰 레체(까페라떼의 스페인식 표현)와 크로와상이지만, 이제 먹을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마시는 까페라떼와 크로와상은 스페인 순례길 위에서 먹은 그 맛을 재현시켜주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먹는 동안 과거로의 마음속 추억 여행을 도와줄 뿐이죠.

 

 

피스테라로 가는 Monbus를 타는 버스터미널은 산티아고테콤포스텔라 기차역 바로 옆에 있는데,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은 입구가 달라서 처음 온 사람들은 조금 헷갈릴 수 있습니다.

 

아주 멋있게 잘 지어진 건축물인 기차역은 계단을 내려가야하고, 버스터미널은 계단으로 내려가지 않고 옆으로 크게 돌아서 우회하여 뒤편으로 들어가서 내려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려갔던 계단을 다시 올라와야 합니다.

 

 

*Monbus 타는 곳(버스터미널):

  - 버스터미널 이름: Estación de Autobuses (Santiago de Compostela)

  - 버스터미널 위치: https://maps.app.goo.gl/P7Fk5ys4ACZxwnN9A

 

아래 지도에서 노란색 동그라미 표시한 부분이 위 기차역사 사진을 촬영한 지점입니다. 위 지점에서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우회하여 들어가서 내려가면 버스 탑승구가 나옵니다.


 

 

 

터미널 내부 전광판으로 오전 10시에 피스테라로 출발하는 Monbus는 2번 플랫폼에서 탑승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2번 플랫폼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을 했고 산티아고 시내를 벗어나 '땅 끝'으로 가는 길로 들어섭니다. 구불 구불한 길을 따라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들을 지나갑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에 졸음이 살살 몰려옵니다. 창 밖에는 버스를 타지 않고 땅 끝까지 걸어서 가고 있는 순례자들의 모습들이 드문 드문 보입니다.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될 예정이던 버스는 3시간 5분이 걸려 피스테라에 도착합니다. 도착하니 13시 05분입니다. 버스에서 내린 후 보니 매표소 같은 창구는 전혀 없고 간단한 안내판 정도만 있습니다.

 

묵시아로 가는 버스는 피스테라에 도착하면 쉽게 예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왔는데 큰일입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궁리를 하며 잠깐 서 있는데 arriva라는 이름의 버스가 한대 들어와서 차를 세웁니다.

 

arriva 버스기사님께 묵시아로 가는 버스는 몇시에 어디서 타는지 물어보니 14:15에 1대가 출발하고, 그 다음은 17:00시에 한 대가 출발한다고 합니다. 아저씨는 영어를, 저는 스페인어를 잘 못해서 어렵게 어렵게 그러나 분명히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기사님께서 종이에다가 시간을 써서 알려주셨습니다.

 

*피스테라 버스 도착지점 위치: https://maps.app.goo.gl/CGvnLJFtDbKrsPqX7  

 - 이 곳에서 버스를 내리고, 나중에 묵시아로 이동하는 버스도 이 곳에서 출발을 합니다.

 - 아마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돌아가는 버스도 여기서 출발할 것 같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순례자라면 들러야 하는 장소, 0km 표시석과 순례자 신발 동상이 있는 곳인 피스테라 등대(Faro de Fisterra)까지 갔다가 오면 17시 전까지는 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점심은 어제 검색을 해서 찾은 곳인 Terra 라고 하는 식당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Terra는 2023년 미슐랭 가이드와 스페인 최고 권위 미식 평가단인 렙솔 가이드(Guía Repsol)에 선정된 식당입니다.

피스테라의 미슐랭 가이드 선정 미식당 테라(Terra)

 

*렙솔(또는 랩솔) 가이드 (Guía Repsol)

  - 렙솔(Repsol)은 스페인 최대의 정유회사로 세계 10대 석유회사이자 포춘 글로벌 500중에서 15위의 기업입니다.

  - 렙솔 가이드는 렙솔에서 발간하는 식당과 여행에 대한 가이드로, 스페인에서는 미슐랭보다 렙솔을 더 인정해 준다고 하네요.

  - 식당 내부가 넓지는 않았으나 점심식사 때 저희 포함 모두 2 테이블만 식사를 하고 있어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Terra 식당(Restaurante Terra) 위치: https://maps.app.goo.gl/59qpWBPiPFzWTwjY8

  - 식당은 버스 내린 위치에서 걸어서 약 6분 거리에 있습니다.


 

 

구글 맵에는 13:45부터 오픈한다고 되어 있으나 식당에 직접 가서 물어보니 오후 14:00 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아직 약 30분 가량 시간이 남아서, 주변을 잠시 걷다가 오기로 하고, 배낭을 맡길 수 있는지 물어보니 턱수염이 멋있게 난 직원이 흔쾌히 맡아주십니다.

 

 

 

식당은 푸른 피스테라의 바다가 내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다보다 더 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다가옵니다.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자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는 계단이 나옵니다. 올라가 봅니다.

 

 

걸을 때는 흐린 날이 많았는데 이렇게 날씨가 맑으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시원하며 바다 내음은 향기롭습니다.

 

 

걸어올라가서 내려다보니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장면이 연출됩니다. 정말이지 너무나 좋은 날씨입니다.

 

 

그렇게 같이 피스테라 바다를 내려다보며 이번 순례 여행을 다시 돌아봅니다.

 

 

생장에서 출발하던 날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생장의 오후 햇살은 무더운 여름날의 햇볕과 같이 따가웠고 더워 반팔을 입었습니다.

 

여름 날씨에 출발하여, 가을비를 맞고 가을 낙옆을 밟으며 걷다가, 눈 덮인 산을 올라 철의 십자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곳 피스테라에서는 따스한 봄날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은 모두 다 경험한 것 같습니다.

 

몸이 힘들 때도, 마음이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잘 걸어내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을 다 걷고보니 '산티아고의 순례 여행'은 이렇게 완료를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인생의 순례 여행'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생의 순례 여행길에도 힘든 오르막이 있을 것이고 비와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도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발걸음의 무거움을 덜어줄 내리막도 있을 것이고, 비를 피하고 허기진 배를 채워줄 바르(Bar)도 있을 것입니다.

 

또 무거운 어깨의 짐을 덜어줄 동키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긴 여정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아내와 동료들도 있을 것입니다.

 

 

오후 14시가 다 되기 전에 걸어내려와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맨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리자 새하얀 피부에 머리칼부터 속눈썹까지 금발인 젊은 청년이 다가와 주문을 도와줍니다.

 

이 곳은 메뉴가 단 하나뿐인 곳이며, 식당의 셰프가 엄선한 12가지의 코스 요리가 나오는 곳으로 비용은 인당 50유로이고, 음료는 별도라는 친절한 설명을 듣고, 음식은 바로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고, 와인은 이 곳의 코스 요리와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으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백인 청년은 여러 가지 거창한 수식어를 덧붙인 설명과 함께 화이트 와인 한병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처음에 스타터로 나오는 겉바속촉의 끝판왕급 고수분 빵과 고급 올리브오일을 제외하고 총 12가지의 요리가 순서대로 제공이 되며, 모든 요리는 미각의 허를 찌르는 맛으로, 제대로된 미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피스테라의 미식당 테라(Terra)

 

 

이 테라(Terra) 식당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별도의 포스팅으로 준비했습니다. 테라(Terra) 식당에서 제공되는 미식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32-2] 피스테라의 미슐랭 가이드 및 스페인 랩솔 가이드 선정 식당, 테라(Te

피스테라에는 미슐랭 가이드와 (스페인에서는 미슐랭보다 더 권위를 인정해준다고 하는) 랩솔 가이드에 선정된 코스 요리 미식당이 있습니다. 바로 테라(Terra, '땅'이라는 뜻의 갈리시아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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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시간에 걸친 식사를 마친 후 식당에서 불러준 택시를 타고 피스테라 등대로 향했습니다. 등대에 다와갈 무렵 길가로 트리아카스텔라에서 사리아로 가는 길에 만났던 젊은 흑인 친구 '아놀드'가 배낭을 메고 걷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드디어 '땅 끝'에 도착했습니다. 걸어서 1시간 거리인데 택시를 타고 5분만에 도착했습니다.

 

'땅 끝'에는 차를 타고 온 사람, 걸어서 온 사람, 이미 와서 여기 저기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 이제 막 도착한 사람...

 

모두들 저마다의 입장에서 땅 끝을 밟고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피스테라 등대 십자가 상(Cruceiro faro de Finisterre)

 

0.00 km 표시석

 

그대, 무엇을 바라보고 있나요?

정면에서 바라 본 피스테라 등대(Faro de Fisterra

 

뒤에서 바라본 피스테라 등대(Faro de Fisterra)

 

아놀드가 찍어준 사진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로 고요한 '땅 끝'에서 사색에 잠긴 채 시간을 보냅니다. 마음속에는 약 40일간 이어져 온 순례길에 대한 마침표가 찍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멀어지는 땅 끝의 등대를 뒤로한채 묵시아로 넘어가기 위한 버스터미널로 출발합니다. 택시 기사분께서 약 20~30분 정도 기다려 주셨습니다.

 

 

지금 이시간 현재,

저희를 만나기 위해 하루 30km씩 걸어오고 있는 패밀리들 중 '안티모'는 양말에 빵꾸가 났다고 합니다.

 

 

택시는 빠르게 달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묵시아로 가는 Arriva 버스의 출발시간인 17시까지는 20분 남짓 더 기다려야 해서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카페로 가서 커피를 한잔 마시기로 합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으며 팔에 문신이 많은 젊은 백인 청년이 저희를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헝가리 가족이 운영하는 이 곳은 이제 오픈한지 5개월된 곳이며, 부모님은 까미노 완주 3번, 아들인 그 청년은 1번 완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카운터 벽면에는 여러 개의 순례길 완주 증명서가 걸려 있었고, 카페 내부 벽면에는 순례길에서 찍은 사진들이 가득했습니다.

 

*헝가리인 가족들이 운영하는 Batidor Pasteleria 카페 위치: https://maps.app.goo.gl/ho2cwg9EJFvFdaBh6


 

 

버스 출발시간이 되어 버스를 탔습니다. 승객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저희는 맨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버스는 주로 맨 앞에 앉는 것 같습니다. 맨 앞줄이 제일 재미있습니다. 버스 기사님께서 경쾌한 음악을 틀어주십니다.

 

 

 

구불 구불한 길을 따라 Arriva 버스는 약 1시간을 달려 묵시아에 도착했습니다. Bus Stop은 묵시아 시내 해안 부둣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묵시아의 버스 정류장(Monbus and Arriva Bus Stop) 위치: https://maps.app.goo.gl/QtArcL3G6H8fk6tj8

 

 

 

버스에서 내려보니 하늘은 석양으로 물들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아내를 뒤에 버려둔(?) 채 도로를 건너 하늘로 더 가까이 가 보았습니다.

 

이렇게 그림 같은 풍경을 찍어보면 항상 느끼게 됩니다. 내 눈의 렌즈가 가장 좋다는 것을.

셔터를 여러번 눌러 보지만 내 눈으로 보는 것 만큼 아름답게 담기진 않는 것 같습니다. 

 

 

당초 계획은 버스에 내린 후 택시를 잡아타고 묵시아의 파라도르까지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해는 저물고 있고, 길가에는 차가 다니지 않습니다. 당연히 택시도 안 보입니다.

 

구글맵을 열어 'taxi'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지도상에 빨간색 점 몇 군데가 표시 됩니다.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택시와 관련된 그 어떠한 정보도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가까운 곳으로 약 5분 정도 걸어서 가봅니다. 가는 길에 Froiz 슈퍼마켓이 있어서 잠깐 들릅니다.

 

지도를 따라 가보니 호출 택시 전화번호가 여러개 붙어 있는 문이 굳게 닫힌 사무실이 하나 나옵니다. 붙어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순서대로 전화를 돌렸습니다.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기사들 모두가 운행이 어렵다고 합니다. 여러 번의 전화 끝에 겨우 한 명의 기사분과 연결이 됩니다.

 

*묵시아 호출택시 사무실 위치: https://maps.app.goo.gl/7efn8JKYF4wWhxUv5


 

 

카르멘(Carmen)이라는 이름의 기사님은 여성분이었습니다. 그 곳에 조금 기다리라고하더니 약 10여분 뒤에 차가 한대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묵시아의 파라도르까지는 약 6.4km로 차량으로 약 1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저녁 18시 30분, 묵시아의 파라도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완전히 저문 뒤였습니다.

 

묵시아에 있는 파라도르의 이름은 Costa da Morte(코스타 다 모르테)로 번역하면 '죽음의 언덕'입니다.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자치 지역의 라 코루냐 지방에 속해 있는 해안 도시 묵시아는 라 코루냐 지방의 Costa da morte 즉, 죽음의 언덕 일부에 속해져 있다고 합니다. 바위 해안으로 이루어진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난파선들이 많이 발생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지난 2002년 묵시아의 해안에서 유조선 프레스티지(Prestige)호가 침몰하는 사태로 인해 약 7만 갤런에 달하는 기름이 바다로 유출되는 심각한 사고가 있기도 했습니다.

 

 

묵시아의 파라도르에 대한 이야기도 별도의 포스팅으로 준비했습니다.

 

'세상 끝의 웅장한 발코니(A magnificant balcony at the world's end)'를 제공한다는 컨셉에 맞게 전 객실이 바다 조망으로 되어 있고, 객실이 지상이 아니라 지하로 이어져있는 독특한 구조와 설계의 현대적 고급 호텔, 묵시아의 코스타 다 모르테 파라도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32-3] 묵시아의 파라도르 Parador Costa da Morte (Muxía) 숙박기

피스테라에서 묵시아로 넘어간 저희는 묵시아에 있는 파라도르 Parador Costa da Morte(Muxía)에서 1박을 하였습니다. 사실 저희가 파라도르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저희들의 까미노 엔젠이자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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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에서 묵었던 파라도르가 1,200년이 된 오래된 역사적 건축물(병원)이었다면, 묵시아에 있는 파라도르는 현대적으로 지어진 고급 호텔이었습니다.

 

굉장히 깔끔하고 현대적이면서도, 바닥과 천장의 Wood 데코레이션으로 자연친화적이며 아늑한 분위기의 방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별도의 화장실과 샤워실이 따로 있고, 큼직한 에그셸 바스(Egg shell bathtub)가 방 내부에 있어서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연인들이 오기에 좋은 방이라고 생각됩니다.

 

넓은 침대와 포근한 침구도 좋았습니다. 1박만 하고 떠나기엔 아까운 곳이었습니다.

 

 

배낭을 풀고 샤워를 한 후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저녁식사는 파라도르의 식당에서 하였고, 저녁식사 시작시간은 20시 30분입니다. 산토 도밍고에 있는 파라도르의 저녁식사 시작시간도 저녁 20시 30분이었습니다.

 

파라도르의 저녁식사는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타터메인요리 그리고 디저트로 주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요리에 맞는 와인을 추천받아 주문하면 금상첨화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예전 산토 도밍고 파라도르에서의 포스팅이나 위 묵시아 파라도르의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식당을 나와 호텔 로비쪽으로 아내와 함께 천천히 걸어가면서 복도에 있는 사진과 액자들을 구경하다가, 어느 영국인 노신사를 한분 만나서 대화를 잠깐 갖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의 유명한 사진작가 '쉬르소 로바토'가 찍은 침몰하는 프레스티지호 사진

 

 

저희를 일본인 부부라 생각했던 Roy라는 이름의 영국인 노신사의 인사로 시작된 대화는 약 10여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180은 훨씬 넘어 보이는 큰 키의 그는 머리는 다 벗겨지고 걸음도 느렸지만 말끔한 외모에 깨끗하고 윤이 나는 얼굴빛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페인 아내와 함께 영국에서 살다가 은퇴를 하고 재작년에 아내의 고향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와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내와 함께 묵시아에 1박 여행을 왔다가 내일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희들과 일정과 행선지가 동일한 것을 알고는 노신사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주었습니다. 내일 아침 식사를 먹고 본인들의 차량으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 같이 가고, 내일 밤에도 본인들 집에서 1박을 하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대각선으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그의 파격적인 제안에 감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여 바로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정중히 거절을 하였습니다.

 

그의 호의도 감사했지만, 순례 여행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우리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아내와 둘이 보내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호텔 밖으로 나오니 밤 하늘에 별들이 가득합니다.

 

아내의 손을 잡고 별을 보며 잠깐 걸으며 서로 이야기 했습니다. 크고 밝은 것은 내 별, 작은 것은 니 별...

 

 

 

 

 

2023년 11월 17일(금)

오늘은 우리 까미노 패밀리들이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날입니다.

레온 이후 저와 아내는 '점프'를 하여 패밀리들보다 4일 만큼 앞서 걸었으나, 패밀리들이 그 동안 정말 열심히 걸어와 2일 만큼을 만회하여 오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서 운명적 재회를 약속하였던 것입니다.

 

 

 

오늘도 날씨가 맑습니다. 아침해가 눈부시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객실 테라스로 나가서 루리도 해변(Lourido Beach) 뒤편 언덕 너머로 떠오르고 있는 태양을 기다리며 아침을 맞이합니다.

 

 

조식을 먹고 나니 해는 완전히 떠올랐습니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잔디의 3가지 '푸른' 대자연의 조합을 감상합니다.

 

 

*피스테라에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고 가는 버스편은 많으나, 묵시아에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고 가는 버스는 많지가 않습니다. 저희들처럼 1박 2일 일정으로 피스테라와 묵시아를 둘러보실 분들은 아래 버스 시간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묵시아에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가는 버스는 평일 기준 06:15 / 15:15 / 17:00 이렇게 3편 뿐입니다.

06:15 출발은 너무 이르고, 15:15 출발은 너무 늦습니다.

 

저희들은 한 가지 꾀를 내었습니다. 피스테라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편을 보고 피스테라 다음 하차지인 CEE의 버스 정류소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패밀리들이 도착하는 시간까지 산티아고에 도착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어제 저희를 태워주었던 Carmen 기사님께 연락을 하여 택시를 불러 CEE 버스 정류소까지 이동하였습니다. 약 20여분만에 저희는 CEE 버스 정류소로 도착하였고 이윽고 피스테라에서 11:45에 출발하여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가 CEE에 도착을 했습니다.

 

CEE의 해안 부둣가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피스테라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그 버스 맨 앞자리에는 엊그제 산티아고 도착한 후 만나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던 미국인 부부 크리스와 수잔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피스테라에서 1박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반갑기도 하고 우연한 만남이기도 하여 서로 크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저희들은 뒷편에 있는 저희들 자리로 가서 앉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어제보다 더 많이 막혔습니다. 오후 3시를 훌쩍 넘긴 후에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먼저 저희들의 숙소에 체크인을 하여 짐을 맡기고 간단히 샤워를 한 후에 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오늘 저녁은 패밀리들이 잡아놓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직접 요리를 하며 정말 마지막 식사, '최후의 만찬'을 가지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아내와 패밀리의 맏언니 '도나'의 몇 번의 통화 후에 장보기를 마치고는 저희는 패밀리들이 있는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와, 얘들아~!"

 

"언니~ 엉클~"

 

11월 5일 레온에서 작별한 후 약 2주만의 만남인데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재회의 인사를 마친 후 저희는 저녁식사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네 명의 여인들이 수고를 많이 해 주었고 저와 '안티모'는 조수로 열심히 활약했습니다.

 

드디어 저희들의 진수성찬, 최후의 만찬이 준비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것이지만, 그 식사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먹느냐 입니다.

 

 

싱싱한 스페인산 대파(리크, Leek)와 총알 오징어를 넣은 해물파전,

 

갈리시아 지방산 소고기와 배추를 넣어 끓인 된장국,

 

이베리코 뱃살(삼겹살 부위)과 파프리카, 마늘, 대파 등을 넣고 오븐에 구운 돼지고기 바베큐,

 

그리고 냄비로 지은 밥과 채소, 올리브조림에 산티아고 한인 마트에서 산 쌈장까지.

 

저희들의 식사는 푸짐하고 훌륭했습니다.

 

 

순례길에서 만나서 우리 패밀리들과 가까워졌던 영국인 청년 '루이스'도 함께한 저희들의 저녁식사는 거의 새벽 1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난 사진을 다시 보다보면 '아, 그 때 사진 좀 더 찍어 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 날도 그렇습니다. 그 오랜 시간 저희는 사진 찍을 틈도 없이 먹고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래도 이 사진 한 장은 건졌습니다. 우리의 골든 막내 양말 사진... 

 

 

제가 거리와 날짜 계산을 잘못하여 제안한 만남인데, 그 잘못된 계산을 올바른 계산이 되도록 발이 부르터져라 열심히 걸어와 준 패밀리에들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벽 1시, 밖으로 나와서도 한참을 작별 인사를 하다가 저와 아내는 저희들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저희는 내일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로 갈 계획입니다. 마드리드 여행을 마지막으로 이제 복귀를 합니다.

 

'안티모'는 포르투갈로 넘어가 에그 타르트를 먹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따수미'양은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 순례길의 마지막 여행을 하고 복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도나'와 '미카엘라'는 1~2개월 가량 더 유럽 여행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저희는 오늘 밤을 기점으로 이제 각자의 순례 여정을 다시 시작합니다.

 

그 길 위에서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줄 좋은 바르(Bar)와 알베르게를 만나길 바랍니다.

그 길 위에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길 바랍니다.

그 길 위에서 인생의 천사를 만나길 바랍니다.

 

11월 중하순의 갈리시아지방 밤 공기가 차갑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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