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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30] 페드로우소(O Pedrouzo)로 갑니다.

by 완자야 202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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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오 페드로우소, 페드로우소, O Pedrouzo

 
 
2023년 11월 14일(화)
페드로우소(O Pedrouzo)는 프랑스길을 걷는 순례자들이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도착을 하루 앞두고 묵는 곳입니다. 아르까도 삐노(Arcado Pino)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마을은 순례 여정을 하루 남겨둔 곳이라서 항상 순례자들로 붐비는 곳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그 페드로우소로 갑니다. 가는 길에 비가 많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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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간: 아르수아(Arzúa) - 오 페드로우소(O Pedrouzo)

이동거리: 약 19.2km

출발시간: 09시 20분

도착시간: 14시 00분

도착숙소: Albergue O Burgo (사립)

 
 
아침 8시, 조식을 먹으러 숙소 1층으로 내려가니 미국인 크리스 부부 내외가 조식을 먹고 있습니다. 몰랐었는데 크리스 내외도 여기 묵었나 봅니다.
 
저희가 어제 묵은 숙소는 아르수아 편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29] 아르수아(Arzúa)로 갑니다.

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elinprince.richandhappy.co.kr

 
 
아침을 다 먹은 후 체크아웃을 하고 9시가 넘어서 출발을 합니다. 아내는 어제 7유로(EUR)를 주고 장만한 새 우산을 펴고 신나게 걷기 시작합니다. 성치 않은 무릎 상태로 인해 아내의 배낭은 '동키 서비스'로 따로 보냈습니다.

 
 
아르수아 마을을 벗어나 본격적인 순례길로 들어섰습니다. 떡갈나무 숲 사이 오솔길을 따라 잠시 걸으니 프레곤또뇨(Pregontoño) 마을이 나옵니다. 마을 어귀에는 최종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알리는 팻말이 하나 서 있습니다.

 
 
35.9km 남았다고 합니다. 겨우 35.9km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분이 이상합니다. 이 숫자가 790km을 알리는 팻말(론세스바예스 숙소를 나오자마자 수비리로 가는 길에 있음)을 지나쳤던게 엊그제 같은데, 믿기지가 않습니다.

(수비리로 가던 날 아침, 론세스바예스 숙소를 나오자마자 바로 나타났던 팻말)

 
 
싱숭생숭한 마음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떨어진 빗방울에 젖은 땅을 밟는 우리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묵묵히 걸어갑니다.
 
늘 그랬듯이 마을을 벗어나자 비포장길로 다시 들어섭니다. 싱숭생숭한 기분 탓인지, 비 내리는 흐린 하늘 탓인지, 길가에 높이 솟은 이끼가 잔뜩 낀 나무들이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소(Cow) 팻말도 하나 나옵니다. 길에 다니는 소를 주의하라는 말인지, 소와 관련된 모든 것(분뇨)을 주의하라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재미있습니다.
 
갈리시아 지방에는 소를 키우는 축사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나는 마을마다 축사에서 뿜어져나오는 분뇨 냄새가 상당히 지독했습니다. 그리고 마을 마을마다 소들이 걸어다닌 길들 위에는 분뇨들이 여기저기에 포진해 있는 곳들이 많았는데, 문제는 비가 오니 이게 분뇨인지 진흙인지 분간이 어려웠습니다. 갈리시아 지방을 지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재미있는 팻말입니다.

 
 
약 2시간 30여분을 걸은 것 같습니다. 살세다(Salceda)라는 마을에 도착을 하고 시간을 보니 11시 50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비도 많이 맞았고 날씨도 쌀쌀하였기에 살세다 마을에서 식사를 하며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차도 변에 식당으로 보이는 건물 하나가 보입니다. 하지만 내리는 비로 인해서 아주 가까이 가보기 전까지는 영업중인지 문을 닫은 건지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문이 열리고 여성분이 한분 나오십니다. 식사가 가능하냐고 묻자 가능하다고 합니다.

 
 
베이컨&돼지등심(Pork Loin), 소고기스테이크, 감자튀김, 콜라로 푸짐한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커피에 달콤한 캐러멜 푸딩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합니다.

 
*식당정보:
 - 식당이름: Café-bar pensión Tasaga
 - 식당위치: https://maps.app.goo.gl/fCU4LHVf3RV6JufR7
 - 참고: 구글리뷰에 불친절하거나 인종차별적인 직원의 태도 등 안 좋은 평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식사를 했을 때는 그런 부분은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참고되시기 바랍니다.


 
 
식사를 다 마쳤지만,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습니다.
 
그 때 마침, 메시지 수신음이 들립니다. 패밀리들이 보낸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확인해 보니 100km 지점을 통과했다는 인증 사진입니다. 저희가 며칠 전에 지나왔던 곳인데 이제 패밀리들이 도착한 것입니다. 사진으로 이렇게 소식을 보내주니 반갑습니다. 한 달 이상을 매일 걷고 있기 때문에,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꾀죄죄한 행색들이지만, 제 눈엔 모두들 이뻐 보입니다.

 
 
사흘 뒤 패밀리들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배낭을 메고 비옷을 입은 뒤 식당을 나섭니다.
 
마을을 벗어나 순례길로 들어섰는데 길은 점점 더 진창이 되어 갔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걸어 들어갔는데, 어느 정도 들어가다 보니 이제 더 이상 더 걸어가기 힘들 정도로 발이 깊이 푹푹 빠지는 수준의 길이 나왔습니다.
 
그 길 앞에는 이 길을 걸어서 가야 하나, 뒤로 돌아가 차도로 빠져나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여성 순례자 한분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서 계셨습니다.
 
저희도 서서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가기로 합니다. 이미 신발은 비로 인해 축축한 상태였고 여기서 더 더러워져봤자 흙탕물이 들어오는 것뿐입니다.
 
저희가 걸어가기 시작하자, 뒤에서 고민하시던 그분도 저희 뒤를 따라 걸어 들어옵니다.

 
 
아침에 숙소를 나와 출발할 때부터 내리던 비는 페드로우소에 도착할 때까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습니다. 오후 2시 30분이 되어 페드로우소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페드로우소 초입에 있는 숙소로 잡았습니다. 그나마 여기가 제일 저렴했었기 때문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젊은 남자 주인장이 웃으며 맞이해 줍니다. 친절해 보이는 주인장은 미소를 지으며, 부킹닷컴을 통해 50유로에 예약한 2인실을 예약 취소하고 현금결제를 하면 45유로에 해주겠다고 합니다. 주인장의 가이드에 따라 예약취소를 하고, 45유로 현금결제를 한 후 체크인을 했습니다.

 
*숙소 정보
  - 숙소 이름: Albergue O Burgo
  - 숙소 위치: https://maps.app.goo.gl/utqFcA3SdPn5Va3BA
  - 참고 사항: 페드로우소 마을 초입에 있으며, 2인실도 있고 다인실(2층 침대가 있는 도미토리)도 있습니다. 도미토리에 묵는 사람들은 공용 욕실과 화장실을 사용하고, 2인실에는 독립된 별도의 화장실과 욕실이 있습니다. 방 안에는 라디에이터가 있었는데 도미토리에 묵은 사람들은 조금 추웠다고 하는 리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으며, 전자레인지 등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싱크대가 있었습니다.
 
슈퍼마켓들이 모두 문을 닫은 것 같아서,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주유소 슈퍼마켓에 가서 필요한 간식거리와 음료를 간단히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비를 맞고 걸은 날에는 정비할 것들이 많습니다.
 
젖은 옷가지와 비옷도 말려야 하고, 무엇보다 신발을 말려야 합니다. 보통 라디에이터에 신발과 옷가지들을 말리곤 했었는데, 방안에 있는 라디에이터가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물어보니 라디에이터는 오후 4시부터 작동이 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합니다. 알겠다고 하고 신문지를 조금 얻어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미 젖은 신발이기에 깔창을 꺼내어 깨끗이 씻고, 신발 내부도 물로 깨끗하게 씻어냈습니다. 신발안에 흙탕물이 잔뜩 들어갔었기 때문입니다.
 
젖은 옷가지는 방안 여기저기에 널어서 말리기만 하고, 빨래는 내일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도착해서 한꺼번에 하기로 합니다.
 
따뜻한 온수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침대에 앉았습니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저녁식사는 7시 30분에서 8시가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휴식을 갖기로 했습니다.
 
 
페드로우소에 왁스 쎄요(Wax로 Stamp를 찍어주는 곳)를 해주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어가서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바닥은 젖어 있었고, 공기 중에는 습기가 가득한 느낌입니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왁스 쎄요를 받으러 갔습니다. 카트리냐(A Catriña)라 이름하는 이곳은 멕시코 음식점이었습니다. 저희가 멕시코 음식도 좋아해서 원래는 쎄요도 받고 식사도 할 심산이었으나, 막상 도착해 보니 식당에 손님도 아무도 없고 조명도 손님이 없어서 꺼둔 것인지 어두침침하고 분위기가 너무 휑하였습니다. 식사는 다른 곳에서 하기로 하고 쎄요만 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일반 쎄요도 아니고 왁스 쎄요인 데다가 나름대로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맨 입으로 받기가 좀 그래서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한잔 시켰습니다.

  
 
먼저 원하는 색상(Color)의 왁스를 선택하면 고체로 된 왁스를 불에 녹인 다음에 크레덴시알에 부은 뒤 도장으로 누른 뒤 굳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뒤에 반짝이를 뿌려줍니다. 도장의 모양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서로 다른 모양의 쎄요를 각각 하나씩 받았습니다.

 
*카트리냐(A Catriña) 식당위치: https://maps.app.goo.gl/oJvnrc7eUDLJJ6QUA


 
 
저녁식사는 구글 리뷰를 통해 소고기가 맛있는 곳인 것 같아 보이는 Bar O Pedrouzo라는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식당에 가보니 불도 켜져 있고 안에 사람들도 있어 보였으나 주인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영업을 안 한다고 합니다. 정확한 의사소통을 한 것은 아니지만, 국제공용어인 바디랭귀지와 표정을 미루어 보았을 때 분명한 것은 식사가 안된다는 것 같습니다.
 
난감했습니다. 차선책으로 오는 길에 지나쳤던 식당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구글 평점이 높은 곳은 아니었으나 오는 길에 본 바로는 유리창 안으로 손님이 바글바글했었던 식당입니다.
 
정확한 메뉴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출레똔(chuletón) 이라는 소고기를 메인으로 시키고, 마요네즈를 곁들인 아스파라거스를 주문하였습니다. 푸짐한 소고기는 훌륭했고, 물컹하고 차가운 아스파라거스는 저희 입맛엔 별로였습니다.
 

 

 
*식당 정보:
  - 식당 이름: Parrillada Pulperia Stop
  - 식당 위치: https://maps.app.goo.gl/jfPuxZD7poQvuYAY9
  - 참고 사항: 식당 이름에 뿔뻬리아(Pulperia)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곳에는 문어 요리인 뿔뽀(Pulpo)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갈리시아 지방에 오시면 가능하면 소고기를 드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소고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양껏 드실 수 있습니다.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쌀쌀한 페드로우소 마을을 한 바퀴 걸었습니다. 시청 건물 앞에 있는 Galo Piñero o Pino라는 조각상에 새겨진 손바닥 앞에서 사진을 한 번씩 찍고 발가락이 시려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숙소로 들어와 내일을 준비합니다. 내일이면 이번 여정의 최종 종착지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도착합니다.
기분이 이상합니다. 내일이 끝이라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정말, 정말,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하면 어떨까?
그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어떻게 바뀔까?
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달라질까?
 
최근 1~2주 동안 걷는 내내 마음속에 어렴풋이 들었던 질문들이 깊은 마음의 우물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듯합니다.
 
내일 아침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드디어 내일, 기나긴 순례 여정의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을 기대하며, 그리고 두려워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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