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 후기31] 순례길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로 갑니다!

완자야 2024. 5. 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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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2023년 10월 ~ 11월에 부부가 같이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프랑스길)의 기록입니다.

그 당시 틈틈이 적어두었던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순례여행 중에 있었던 일들과 당시 저희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순례길을 준비하는 예비 순례자분들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저희들의 인생에서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던 이번 순례여행의 기록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이 제법 길기 때문에 후기글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으시길 권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 내용들은 볼드체(굵은 글씨)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로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볼드체와 명조체의 푸른색 글씨 부분들 위주로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도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2023년 11월 15일(수)
저희가 이번 순례여행을 처음 계획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약 800km라는 어마무시한 거리에 걷는 시간만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되는 긴 여정을 생각했을 때, 이 길고 긴 순례 여정의 종착지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는 너무나 멀리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 오늘, 갑니다. 믿기지가 않습니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는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Galicia) 지방에 있는 종교도시입니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인 야고보(성 야고보, 산티아고)가 순교한 후 그의 유해의 행방이 묘연하던 중, 별빛이 나타나 숲 속의 동굴로 이끌어 가 보니 그곳에 산티아고(야고보)의 무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곳을 '별의 들판'이라는 뜻으로 캄푸스 스텔라(Campus Stellae)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런 유래로 이 곳의 지명이 정해졌고, 이후 산티아고(야고보)의 무덤 위에 대성당이 건축되면서 도시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교황 레오 3세가 이 곳을 성지로 지정하면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는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유럽 3대 순례지의 하나로 번영하였다고 합니다.
 
오늘은 바로 그곳,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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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간: 오 페드로우소(O Pedrouzo) -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Santigao de Compostela)

이동거리: 약 19.3km

출발시간: 08시 40분

도착시간: 14시 30분

도착숙소: Hotel Entrecercas (사립)

 
 
 
아침 하늘이 맑습니다.
얼마 만에 보는 파란 하늘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일주일 이상 줄곧 회색 하늘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번 여정에서 가장 감동적인 날 아침, 이렇게 맑고 푸른 하늘과 신선한 아침 공기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숙소 근처,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식당 바로 옆에 배낭을 멘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모두들 이곳에서 따뜻한 커피와 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하시는 듯합니다.
 
저희도 간단한 아침식사를 위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쪽 테이블에 미국에서 온 크리스, 수잔 부부가 먼저와 앉아있고, 들어오는 저희를 보며 손을 들어 반갑게 인사합니다. 저희도 웃음 지어 보이고 빈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순례길에서 먹는 마지막 아침식사를 주문합니다. 오늘 하는 모든 일은 이번 순례길에서의 '마지막'입니다.
 
따뜻한 커피와 초콜릿이 올라간 크로와상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크리스 내외는 저희들에게 부엔까미노 인사를 한 후 먼저 카페를 나섭니다. 카페 밖으로 나간 크리스는 아침해가 물들인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들고 여러 번 셔터를 누른 후 출발합니다.
 
저희도 아침 식사를 마무리하고 카페 밖으로 나와 크리스가 열심히 찍었던 그 하늘을 한번 바라 보고 출발합니다. 
 
페드로우소를 벗어나 산길로 된 순례길로 들어서는 곳에는 아침 안개가 자욱했고 뒤에서는 아침해가 비추고 있어서 매우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꿈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으로 자욱한 안갯속으로 끌리듯이 걸어 들어갑니다. 걷기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아내가 말합니다.
 

"오늘은 지도(핸드폰)를 보지 말고 그냥 길 따라 걸어가 볼까?"

 
귀를 의심했습니다.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오면서 비는 점점 더 자주 많이 내렸고, 그러다 보니 길은 여기저기 패인 곳들이 많았으며, 걸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질고 울퉁불퉁한 길은 아내의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길은 신발과 양말을 쉽게 더럽혔습니다.

 
 
젖어서 걷기 힘든 비포장 길, 그래서 더 울퉁불퉁하여 아내의 무릎과 발목에 더 큰 부담이 되는 길, 그래서 신발이 쉽게 더러워지는 길, 가능하면 그런 길을 피하기 위해 아내는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서기 전에는 잘 보지도 않던 지도앱을 열심히 보면서 걸었고, 순례길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회하는 길을 찾아내는데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는 '순례길'을 걸으며 '순례 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내도 내심 까미노가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던 것일까요. 그런 아내의 마음이 반가웠습니다.
 

"그래, 좋아."
 

 
 
비록 오늘은 맑으나 어제까지만 해도 하루 종일 비가 내렸었기에, 순례길은 여전히 엉망이었습니다. 마을을 조금 더 벗어나 들어가자 순례길은 점점 걷기가 힘들어집니다. 여기저기에 물은 고여있고, 물이 없는 부분은 진창이라 발을 내딛기가 망설여지는 길입니다.
 
그래도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평온하고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아내의 손을 잡고 가벼운 발걸음을 계속해서 내딛습니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공항을 돌아서 계속 걸어갑니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공항을 지나고 키가 큰 소나무 숲도 지나갑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감사했습니다. 라바꼬야(A Lavacolla)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문을 연 곳이 없어서 계속해서 걸어가기로 합니다.

 
 
라바꼬야 마을을 빠져나오는 길에 각종 낙서로 얼룩진 순례길 표시석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10km 남았다는 것을 알리는 표시석입니다. 어쩌면 이번 순례길에서 '남은 거리를 확인하는' 마지막 표시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10km 표시석을 지나 조금 더 가니 마을이 하나 더 나오고 돌담이 이쁘게 올라간 카페가 하나 나옵니다. 알베르게와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곳인 듯합니다. 여기에서 순례길 위에서 먹는 '마지막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식당 내부도 담으로 장식이 되어 있었고, 돌 위에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동전을 올려놓은 모습이 보입니다. 마지막 식사는 제대로 스페인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하몽(jamón)과 올리브오일이 듬뿍 올라간 샌드위치를 주문하였습니다.

 

 
*식당정보
  - 식당이름: Casa de Amancio
  - 식당위치: https://maps.app.goo.gl/nEeg6mp2avNxCsKD7


 
한 입 크게 베어 물자, 하몽의 육질과 올리브 오일이 선사하는 느끼함의 깊은 세계로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싫지 않은 이 느끼함을 한참 음미한 후 탄산음료 한 모금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역시 느끼함에는 탄산입니다.
 
샌드위치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아쉽지만 그렇게 '순례길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를 마무리합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잠깐 놀랐다가 계산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길 가에 있는 슈퍼에서 막대사탕을 하나 산 아내는 기분이 좋은지 사뿐사뿐 가볍게 걸어갑니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을 약 1시간 정도 남겨놓은 지점에 반가운 팻말이 하나 나옵니다.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과 우정의 길이 된 제주 올레길의 상징물인 '돌하르방'과 '간새'가 있는 지점을 알리는 팻말입니다.

 
 
500m라는 표지를 보면 아시겠지만, 여기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으로 바로 가지 않고 제주 돌하르방이 있는 곳을 찍고 가게 되면 약 1km 정도를 더 걷는 셈입니다. 화살표를 따라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몬떼 도 고소(Monte do Gozo) 언덕에 자리 잡은 제주 올레 우정의 길을 오르는 길은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는 길로 탁 트인 전경으로 걷기에 좋고 다 오르고 나면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시내가 내려다 보입니다.

 
 
에너지가 왕성해 보이는 달마시안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현지 거주자들을 지나서 언덕 정상에 다다르면 드디어 반가운 돌하르방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사람 키보다 훨씬 큰 동상 2구가 보이는데 아마도 여기까지 걸어온 순례자들이 언덕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를 바라보는 모습을 형상화한 듯합니다. 이 조형물 옆에서 이들이 바라보는 곳을 내려다보면 저기 멀리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시내가 내려다 보입니다.

 
  - 우정의 길 제주 올레길 상징물 돌하르방 위치:
구글맵에서 42.88464577682585, -8.494915359172952 또는 42°53'04.7"N 8°29'41.7"W 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 아니면 위 동상(Monumento ao camiñante)의 위치를 따라가셔도 됩니다. (https://maps.app.goo.gl/x3UCzdqjY1nGaz7V6)
 
 - 몬떼 도 고소(Monte do Gozo) 언덕에는 대규모의 호스텔, 캠핑장, 야외공연장, 정원, 산책로 등이 조성된 언덕인데, 페드로우소를 출발한 순례자들은 약 20km를 걸어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바로 가거나, 약 15km를 걸어서 이곳 몬떼 도 고소에서 하루를 묵고 그다음 날 아침 일찍 산티아고로 출발하여 미사에 참여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드디어 순례길은 시내 도로를 따라 시내로 진입하기 시작합니다. 시내로 진입하자 오가는 차들과 사람들로 인해 순례길의 고요함은 사라지고 도시의 번잡함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산티아고 입성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오고 얼마 가지 않아 스티커와 리본으로 장식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문구 조형물이 저희를 맞아줍니다.

 
 
점점 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이 가까워 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음악소리가 들려옵니다. 대성당이 가까워 올수록 기타 소리와 요란한 바이올린(?)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옵니다.

 
 
순례길을 대성당 뒤편으로 도착하는 길이었습니다. 대성당 뒤편으로 도착한 순례자는 옆으로 난 길을 통해 대성당 정면으로 걸어갑니다.
 
드디어 대성당 앞에 도착했습니다.
 
코너를 돌아나가자 웅장한 대성당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대성당 앞의 넓은 광장에는 각자 저마다의 모습으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먼저 도착한 순례자들의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대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하고 기뻐하고 감격하는 사람들, 광장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 무릎을 감싸고 앉아 대성당을 그저 바라보고 가만히 있는 사람들...

 
 
배낭을 내려놓고 뒤로 돌아 두 팔을 크게 벌려 아내를 끌어안았습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하며 지나갑니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서로 위로해 주고 격려해 줍니다. 그리고 잊지 못할 추억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기념사진을 하나 남깁니다.

 
 
하늘엔 비구름이 몰려들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대성당 앞에서의 여운을 뒤로한 채 배낭을 메고 일어나 순례자협회 사무실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완주증명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성당을 나와 사무실로 향하는 길로 돌아서는 순간 눈앞에는 크리스, 수잔 부부와 스웨덴 출신의 피안 여사도 나타납니다.
 
그들은 저희보다 먼저 도착하여 완주증명서를 받고 나오는 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마지막에 우연히 다시 만날 줄 몰랐는데 다시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은 후 크리스는 내년에 포르투갈 길을 걸을 계획이니 포르투갈에서 꼭 보자고 합니다. 옆에 있던 수잔이 배낭을 열고 비에 젖어 잉크가 번진 명함 하나를 건네줍니다. 크리스 내외의 연락처가 적혀있는 명함입니다. 순례길 오기 전에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 만들어 왔던 것이라고 합니다.

 
스웨덴에서 온 피안 여사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이후에 무시아(Muxia)에 있는 바닷가에 몸을 담가야 이 순례길이 진정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아내에게 농담을 건넵니다. 그 말에 당황한 아내의 모습에 그녀는 짓궂은 표정으로 웃습니다. 그 동안 말수가 별로 없던 피안 여사가 이렇게 장난기가 있는 사람인줄은 몰랐습니다. '완주'했다는 후련한 마음이 그녀의 마음에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준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훗날 다시 만날 날이 언제일지, 그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훗날을 기약하며 그렇게 크리스 내외와 이별을 하고 순례자 사무실로 갑니다. 도착하면 안내해 주시는 남성분이 계십니다. 번호표를 뽑고 줄을 섭니다. 내 순서에 맞춰 들어가면 완주 증명서를 발급해 줍니다.

 
 
본인의 이름이 들어간 완주 증명서를 받으니 느낌이 또 다릅니다. 완주 증명서는 무료이고, 걸은 거리가 km로 표시된 증명서는 추가 요금(3유로로 기억합니다.)을 내면 발급해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증명서를 보관하는 플라스틱 케이스도 3유로 정도의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 여러 가지 기념품도 구매가능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자 사무소(Pilgrim's Reception Office) 위치: https://maps.app.goo.gl/PUBTxK2QJ7DxhrbC8


 
 
순례자 사무실 옆에는 Monbus(몬버스) 표를 판매하는 창구가 있어서, 내일 피스테라로 출발하는 버스표를 2매 구매했습니다. 버스표는 인당 7.15유로입니다.

 
 
처음 순례길을 계획했을 때 저희는 걷기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만 하더라도, 무시아(Muxia)와 피스테라(Fisterra)는 버스를 타고 한번 가보기로 하였고, 순례길을 걸으면서는 무시아(Muxia)에 있는 파라도르(Parador)에서 1박을 하기로 결정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내일은 피스테라로 먼저 가서 한 바퀴 둘러보고 내일 저녁에 무시아로 가서 1박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숙소는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Hotel Entrecercas라는 곳으로 정했습니다. 그나마 비교적 저렴한 곳으로 찾아서 간 숙소라서 화려하진 않았지만(1박에 42유로), 깔끔한 내부와 침구에 1박을 하기에는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다만, 세탁은 안되어서 인근의 세탁방으로 가서 빨래는 따로 하여야 했습니다.

  
- Hotel Entrecercas 위치: https://maps.app.goo.gl/KiugYFZNBRbgq5LN7
- 고풍스러운 느낌의 인근 세탁방(SC18 Laundry) 위치: https://maps.app.goo.gl/sZve6xNeat8VhBm16


 
세탁방에서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말끔한 모습의 젊은 남자 청년 한 명이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꺼내 무엇인가를 쓴 다음에 저에게 보여줍니다.
 
내용을 보니 '본인은 멕시코에서 온 사람인데, 빨래할 돈이 없으니 세탁기를 돌릴 수 있게 4유로만 도와달라'는 내용을 구글 번역기를 통해 한국어로 번역한 화면이었습니다.
 
해외에서 온 사람들(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구걸을 하는 사람도 더 많은 듯합니다. 다른 도시들에서도 구걸하는 사람들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다 매우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빨래를 하고 난 후에는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비는 여전히 제법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 페드로우소의 숙소 주인장 아저씨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It's crazy." 거의 3주째 매일 비가 내리고 있으며 이 시기에 이 정도 비가 오는 것은 정말 드문 경우라고 했습니다.
 
아내가 산 우산을 같이 쓰고 Abastos 2.0 이라는 식당으로 걸어 갔습니다. 이곳은 2023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곳이었습니다.
 
식당 내부는 생각보다 좁았고, 중앙의 긴 테이블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메뉴는 내부 모니터 화면에 띄워져 있었고 해당 메뉴를 주문하면 음식이 서빙되는 시스템이었으나, 스페인어로 된 메뉴를 보고 주문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직원 분에게 메뉴 추천을 요청드렸고, 직원의 가이드에 따라 추천메뉴를 주문하였습니다.

 
 
짭조름한 올리브오일 베이스의 맛조개는 허기진 저희들의 입맛을 하염없이 돋구었고, 메인으로 나온 뿔뽀(Pulpo) 요리는 기가 막혔습니다. 멜리데에서 먹었던 문어 요리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이 곳의 문어 요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맛이었습니다.

 
 
멜리데의 뿔뽀 요리가 단순히 쪄서 익힌 문어였다면, 이 곳의 뿔뽀 요리는 익힌 뒤 마지막에 구워져 나와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느낌의 새로운 맛이었는데, 그 위에 얹혀진 소스와 양념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습니다.

 
 
직원의 강력한 추천으로 주문한 버섯 요리 또한 그 식감과 풍부한 맛이 매우 훌륭하였습니다. 

 
 
이대로 식사를 마무리 하기가 조금 아쉬워서 타코를 마지막에 추가로 주문하였는데 타코 또한 맛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 식당 위치: https://maps.app.goo.gl/ki6agrL2HvRywZ7B7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서 어떤 식당을 가셔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이 Abastos 2.0 식당을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맛도 괜찮고 가격도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위 4가지 요리에 맥주 2잔에 화이트 와인도 1잔 마셨는데 총 59유로가 나왔습니다. 단, 테이블이 넉넉하지 않으니 저녁 8시 오픈시간에 가지 않으면 자리는 금방 차버리고 맙니다. 저희는 운이 좋게도 7시 50분쯤 도착하여서 8시에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사이좋게 우산을 나누어 쓰고 숙소로 걸어갑니다. 거리에는 여기저기에서 온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식당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시끌벅적한 소리도 들립니다. 이렇게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서의 밤이 지나갑니다.
 
마지막 밤이라니,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도착을 했고, 여기서 저녁을 먹었고, 이제 여기서 잠을 잔다니,
산티아고데톰포스텔라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생장에 도착하여 내일 출발을 앞두고 잠을 청하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나는 밤입니다.
 
 
내일은 피스테라를 들러서 0km 표시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무시아(Muxia)의 파라도르에서 1박을 할 계획입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여행자 모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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